[중앙 칼럼] 6월 예선의 풍향계 ‘낙태권 논란’
연방대법원에서 유출된 낙태권 판결 다수 의견서 초안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다수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된 것처럼 새뮤얼 엘리토 연방대법관은 1973년 여성의 임신 중지 권리를 인정한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번복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9명 대법관 중 다수가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초안 유출로 전국이 뒤집혔다. 워싱턴 DC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선 여성 단체를 중심으로 시위와 성명 발표가 잇따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문건 유출 다음 날인 3일 성명을 내고 “법의 기본적 공평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판결이 번복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결정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이 판결 번복에 반대하는 입장을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바이든은 심지어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경우 11월 중간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성명에 담았다. 다수 의견서 초안이 유출됐지만 최종 결정이 나온 것은 아니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6월 말이나 7월 초쯤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내달 7일 열릴 가주 중간선거 예선(프라이머리) 이후에 최종 판결이 나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중간선거 예선에서 표출될 민심이 한층 눈길을 모으게 됐다. 통상 중간선거 투표율은 대선의 해에 비해 낮다. 중간선거 예선 투표율은 결선 투표율보다 더 낮다. 이 점에서 초안 유출이 유권자, 특히 여성 투표율에 영향을 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낙태 권리는 정치적 지향에 따라 찬반이 극명하게 갈리는 사안이다. 당연히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간선거 예선을 치르는 시기는 각 주마다 제각각이다. 가주를 포함한 다수의 주가 5~6월 사이 예선을 치르지만 8~9월 중 예선 투표를 하는 주도 애리조나, 캔자스, 미시건, 미주리 등을 포함, 18개에 달한다. 오렌지카운티를 포함한 가주 중간선거 예선의 관전 포인트는 전체 투표율, 여성의 투표 참여율, 투표 참여 유권자가 증가할 경우 어느 당에 유리한지, 박빙 선거구에서 어느 당 후보에게 유리할지 등이다. 가장 최근의 전국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선 기존 여성 낙태권 유지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모닝 컨설트사와 함께 전국의 등록 유권자 195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 의견서 초안 유출 보도 후인 3일 시행된 이 조사에서 유권자 50%가 낙태권 유지에 찬성했고, 반대는 약 28%였다.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22%다. 민주당원 중 68%, 무당파 중 52%는 낙태권 유지 찬성 입장을 보였다. 공화당원 중엔 51%가 판결 번복을 지지했다. 이 조사엔 낙태를 전국적으로 합법화 또는 불법화해야 하는가, 또는 각 주정부에 맡겨야 하는가란 질문도 있었다. 47%는 합법화에 찬성했고 21%는 불법화에 찬성했다. 19%는 각 주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모든 낙태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답한 이가 25%에 그쳤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합법화”란 응답이 31%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사례에서 불법화”란 답변은 24%였고, 모든 낙태를 불법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11%에 불과했다. BBC 뉴스는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경우, 전국 50개 주 가운데 약 절반의 주가 단기간 내에 낙태를 금지하거나 낙태권을 강력하게 제한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대법원이 5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판례를 번복한다면 낙태권은 11월 중간선거를 뜨겁게 달굴 뇌관이 될 것이다. 6월 예선 우편투표는 오는 9일 시작된다. 초안 유출이 예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 예선 결과가 결선 향방의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지 눈여겨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임상환 / OC취재담당·부국장중앙 칼럼 풍향계 낙태권 낙태권 판결 중간선거 예선 중간선거 투표율